창립 25주년 기념 통일학술대회 개회식 축사(9.12.).hwp
존경하는 황교안 법무부장관님, 장명봉 북한법연구회 회장님, 기조발제를 해 주실 성낙인 교수님을 비롯한 내외 귀빈 여러분!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연구원이 주최하는 헌법재판소 창립 25주년 기념 통일 학술대회에 참석해 주신 데 대하여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1988년 9월 1일에 창설된 헌법재판소는 지난 25년 동안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보호하고 헌법의 이념과 가치를 지켜 왔습니다.
이제 그동안의 성과와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 헌법재판소는 남북관계의 변화 과정과 통일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구체적인 헌법문제와 헌법질서에 대하여도 미리 철저히 연구하고 준비하려고 합니다.
그 이유는 통일 이후의 통치구조와 기본권 보장은 모두 핵심적인 헌법 사항들일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야말로 앞으로 통일과정에서 문제되는 여러 가지 헌법적 쟁점들에 대하여 어떠한 혼란이나 시행착오가 없이, 이를 신속하게 해결하여야 할 직접적인 책임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헌법재판소 창립 25주년을 맞아, ‘통일과정의 헌법적 문제’를 논의하는 학술대회를 열게 된 것을 매우 뜻 깊게 생각합니다.
우리 헌법은 전문과 영토조항인 제3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규정한 제4조, 대통령의 통일 의무를 규정한 제66조와 국민투표 사항에 관한 제72조 등 여러 곳에서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국가의 사명이자 의무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헌법정신을 현실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대한민국이 통일을 이루어야 할 당위성’에 대하여 국제사회에 설명하고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의 근대사와 대한민국 헌정사를 깊이 있게 검토하고 연구하여, 우리가 통일을 이루어야만 하는 역사적 당위성과 국제법상의 근거를 충분히 축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음으로, 기본적 인권의 존중, 권력분립, 의회와 선거제도, 시장경제질서 및 사법권 독립 등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핵심가치들이, ‘통일 대한민국의 헌법질서’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구현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연구하여야 할 것입니다.
소유자와 거주자 사이의 토지소유권과 이용권의 조정 문제나 북한 주민의 거주이전의 자유, 나아가 연금제도와 최저임금 제도의 적용범위 등, 국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여러 영역에서 다양한 기본권의 상충 문제도 발생할 것입니다.
통일의회의 구성, 통화의 단일화, 통일 이전의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형사처벌 문제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하여, 우리 헌법에 부합하는 합리적 해결책 마련 역시 중요합니다.
한편, 대한민국의 통일과 한반도의 평화는, 각자 국익을 우선시하는 주변국들과의 상호작용과 냉엄한 국제질서 속에서 성취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이라는 우리 헌법의 핵심가치에 부합하면서도, 유연하고도 다양한 ‘통일의 방법론’을 미리 준비해 두지 않으면 안 됩니다.
현행 헌법 및 법률해석만으로도 풀 수 있거나 입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와, 통일헌법 제정 또는 헌법 개정이라는 국민의 결단이 필요한 과제를 엄격하게 가려내어, 합헌적이면서도 다양한 선택 가능성과 해법을 제공하여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 논의되는 ‘독일통일 과정의 헌법적 문제’, ‘남북합의서의 헌법적 문제’, ‘북한주민의 기본권’이라는 주제들은 이러한 문제들의 해결에 있어 상당한 시사점을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특히 독일의 연방헌법재판소는 1990년 통일 이후 20여 년 동안 선거제도, 토지재산권, 과거 인권침해에 대한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헌법 판례들을 축적하였으며, 동·서독간 갈등과 사회적 이견을 최종적으로 통합하고 분쟁을 해결해 왔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독일의 사례를 철저히 점검하고 타산지석으로 삼음으로써, 통일에 드는 사회적 비용과 남북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사회통합이 신속히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또 평화적 통일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기존에 대한민국과 북한 정권 사이에 이루어진 합의의 내용과 법적 구속력에 대해서도 충실히 연구해 두어야 할 뿐 아니라, 국제인권법에 비추어 본 현재 북한 주민의 인권 상황에 대한 평가와 통일 이후 북한 주민이 누려야 할 기본권의 내용과 구제방법에 대한 논의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오늘의 주제발표와 함께 이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과 의견교환을 통하여, 통일과 관련한 다양한 쟁점에 대한 폭넓은 사고와 통일 헌법의 연구가 더 한층 활발해지는 계기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끝으로 오늘 학술대회를 기획하고 준비하신 관계자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오늘 학술대회가 성황리에 마무리되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2013년 9월 12일
헌법재판소장 박 한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