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는 한미법률재단 황주명 이사장님,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신 한ㆍ미 양국의 법률가 여러분!
먼저 태평양 연안의 신흥도시로서 미국에서도 살기 좋은 곳으로 손꼽히는 이곳 어바인(Irvine)시에서 ‘미국법과 한국법의 비교’를 주제로, 2011년 “US-Korea Law Day" 행사가 개최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이 뜻 깊은 자리에서 환영의 말씀을 드리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한국과 미국은 한 세기 전부터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우호와 협력의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특히 한국전쟁 당시 미국은 54,000여명 이상의 전사자와 10만 명 이상의 부상자를 내면서도 공산주의로부터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으며, 전후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도 우방으로서의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미국과의 역사적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고 이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근래에 들어서는 중국의 급격한 세력 확장에 따르는 동북아 질서의 변화, 남북 간의 정치적ㆍ군사적 대립 등 국제정세의 변화와 세계적 경제ㆍ금융 위기 속에서 양국은 미래를 향한 새로운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노력들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양국의 법조인들이 뜻을 모아 함께 양국의 법제도를 비교연구하고 법조인의 상호교류를 촉진하려는 취지에서 한미법률재단을 창립하고, 오늘 이와 같이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대화와 토론의 장을 마련하게 된 것은 더욱 그 의미가 크고 깊다고 하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한미법률재단의 창립과 운영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하신 황주명 이사장님을 비롯한 임원진과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를 진심으로 치하하며, 깊은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존경하는 양국의 법률가 여러분!
한국은 20세기 초 근대화 과정에서 독일, 프랑스 등 대륙법의 법체계를 도입함으로써 판례법 위주의 영미법과는 달리, 성문법 해석 중심의 법률문화를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리고 연방대법원이 위헌법률심사권을 행사하는 일원적 사법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미국과는 달리, 한국은 대륙법계국가의 사법체계에 따라 헌법재판과 일반재판을 준별하여 헌법문제에 대한 최종적인 심판권한은 헌법재판소에, 개별사건에서의 최종적인 법률해석권은 대법원에 부여하는 이원적 사법시스템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헌법과 법률 간의 규범효력상의 차이, 의회가 제정한 법률에 대한 사법심사 여부를 둘러싼 권력분립 및 그 정당성의 문제, 거기에 덧붙여 양국의 헌정사적 경험의 차이 등에서 비롯되었을 것입니다.
한국 헌법재판소는 과거 군사정권과 권위주의시대의 헌정사에 대한 반성과 국민들의 민주화를 위한 열망을 모아 1988년 9월 1일 창설되었습니다. 헌법재판소 창설 이전의 과거 권위주의시대에는 헌법의 최고규범성과 국민의 기본적 권리는 장식적ㆍ의례적인 것에 불과하였고, 헌법의 규범력을 담보하기 위한 헌법재판 역시 제도적으로나 실제적으로 유명무실하였습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창립 이후 헌법의 이념과 가치를 실현하고, 특히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하였으며, 그 결과 이제 헌법은 법전 속의 단순한 장식물이 아니라 국민들의 삶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생활규범이 되었고, 모든 국가권력의 남용에 대한 강력한 통제규범이 되었으며, 그 결과 헌법재판소는 명실상부한 헌법의 수호자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의 이와 같은 노력을 국민들도 높게 평가하여 헌법재판소는 최근 수년간의 여론조사에서 신뢰도와 영향력에서 국가기관 중 제1위로 계속하여 선정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헌법재판이 제대로 이루어진 기간은 비록 23년에 불과하지만, 이제 한국은 미국과 독일의 발전된 헌법이론과 풍부한 헌법재판 경험을 좀 더 폭넓게 수용하고 종합하여 그 장점을 극대화하고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계속함으로써 선진헌법재판기관으로 도약할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가치ㆍ역사ㆍ문화에도 합당한 법리를 개발함으로써 미국ㆍ독일과는 다른 제3의 길을 모색해 나가려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이러한 경험과 성과가 한국 헌법재판소가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아시아헌법재판소연합을 통해 아시아 국가들에게 전파되어 아시아에서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존경하는 내외 귀빈 여러분 !
오늘날 우리 인류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급격하면서도 놀라운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무서운 속도로 발전해온 정보·통신기술은 이제 세계를 하나로 묶고 있고, 생명공학 등 새로이 발전하는 과학과 기술은 우리 인류의 사고와 생활방식, 문화를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또한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에 뒤따르는 부작용 역시 우리 인류의 삶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를 포함한 환경문제, 화석에너지의 고갈에 따른 에너지의 부족, 생명공학의 발전으로 인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훼손, 최근의 일본 지진에서 보았듯이 자연재해 등 재난으로부터의 과학ㆍ기술의 안전성 보장 등이 그 예에 해당할 것입니다.
어느 것 하나 쉬운 문제가 아니지만, 오늘 이 자리와 같이 미국과 한국의 법률가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인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지혜를 나눔으로써 과학기술로부터 인류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은 풍족히 누리면서 그 부작용은 최소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하나하나 찾아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모쪼록, 이번 행사가 여러분들의 소중한 경험과 지혜를 나누고 서로 교류하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기원하며, 아울러 한미법률재단의 무궁한 발전과 이 자리에 참석하신 모든 분들의 건승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1년 7월 21일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장 이 강 국